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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그 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편은 10월 24일 월요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됩니다. 인천 송도하면 십중팔구는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신도리를 떠올릴 것입니다.
바다에 접해있어도 어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터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송도 앞바다를 지키는 어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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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4세의 정덕성 옹입니다. 70년 가가이 송도 앞바다에서 조개를 줍고, 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사리 때만 되면 스티로폼 쪽배와 삿대에 의지해서 바다로 나가는데 묵직한 그물을 힘차게 털어 낼 땐 청년이 따로 없습니다.
숨 쉬는 그날까지 어부로 살겠다는, 정덕성 어르신. 아흔넷의 청년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스물하나에 맨몸으로 피난 왔던 실향민 청년, 전쟁이 끝난 후, 일꾼으로 모내기하러 갔던 집에서 아내를 소개받았고 삼 남매를 낳아 오순도순 정을 쌓으며 살아왔습니다.
바다에서도 함께 손발을 맞추던 의좋은 짝꿍이었는데, 지난해 5월 아내는 10년 전에 앓았던 담도암이 재발되어 손쓸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친상을 치르러 온 딸 춘경(61) 씨가 맥없이 앉아 계신 아버지를 지켜보다 결국 한집살이를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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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성 할아버지가 고기를 잡아와서 집으로 향하면, 사람들은 반색을 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맛이 드는 망둥이를 사기 위해 물때에 맞춰 기다렸던 손님들입니다.
오늘 잡은 물고기를 펼쳐놓고 즉석에서 열리는 번개 어시장입니다. 그런데, 어째 주인보다 손님들의 마음이 더 급합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고기 분류를 돕고, 옆에서 비닐봉지까지 벌려 줍니다. 손님들이 이렇게 애가 타는 이유는 잡히는 망둥이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한 트럭으로 잡아서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던 망둥이건만 화수분이던 갯벌이 간척되면서 그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물건이 많이 들어야 힘이 들어도 신나게 일을 할 텐데 자식들은 이제 바다 일을 그만할 때가 된 거라며 아버지를 말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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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아버지가 계신 송도로 온 춘경 씨는 아버지가 경운기로 한 시간 가량을 가던 바다를 이제는 차로 모시고 함께 물에까지 들어가 그물을 걷습니다.
환갑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바다를 온몸으로 알아가는 중입니다. 가만 쉬는 법이 없는 아버지 때문에 덩달아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바다 일, 종종걸음을 쳐서 고기를 잡아 오면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텃밭으로 향합니다.
좀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시니 마음과 달리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한 달에 보름, 고기를 잡는 사리 때가 끝나면, 덕성 할아버지가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내가 있는 인천의 공원묘지입니다.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내와 살뜰히 인사를 나누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다음에 가야 할 곳은 저 멀리 이북 땅이 보이는 임진각. 그곳에 가 채울 길 없는 그리움을 달래봅니다. 고향 바로 아래 있는 송도에 터를 잡았는데 어느새 73년이 흘렀습니다.
피난을 나올 때도 배를 타고 지금의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바다는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이자, 아내와 함께 청춘을 바친 기억의 창곽 되었습니다.
그렇게 눈물과 웃음이 녹아있는 그 바다에는, 94세의 청년이 삽니다. 정덕성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인간극장 재방송 다시보기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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